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문화산책] 돌아본 2023년 미주 한인 문화계 <1>문학·연극

2023년 미주한인 문화예술계는 팬데믹으로 잔뜩 움츠렸던 침체기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한류, K-컬처의 상승세였다. K-팝은 물론 문학, 클래식 음악 등 모든 분야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세계 정상에 자리를 잡아간다는 느낌이다.   K-컬처의 인기는 미주한인 예술가들에게 큰 자극과 격려가 된다. 물론 그만큼 좋은 작품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진다. 여기에다 미주 이민 120주년, 한미동맹 70주년 등의 역사적 의미가 더해져, 많은 기념행사들이 개최되었다. 또 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대규모 이민으로 미주 한인 이민사회가 형성되고, 문화가 태동한 지 어느덧 반세기의 세월이 흘러 시(詩)동인지 ‘지평선’, 한인축제, 재미국악협회 등이 50주년을 맞았다. 지난날을 잘 갈무리하고 내일을 설계해야 할 시기라는 뜻이다.   〈문학계〉   문학 활동은 혼자 집에서 쓰면 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팬데믹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집콕’하면서 쓴 작품들이 발표되고 책으로 발간되었고, 줌을 이용한 비대면 문학강의는 오히려 활발해졌다. 문학계에서도 K-문학의 세계적 인기가 미주 문인들의 디아스포라 문학에 큰 자극이 되었다. 소설가 한강의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상 수상, 천명관의 부커상 후보, 정보라의 전미도서상 최종후보 선정 등도 좋은 격려가 되었다.   영문으로 번역돼 미국에서 출판된 한국 시인 김혜순의 작품이 뉴욕타임스 ‘올해 최고의 시집 5권’ 중 하나로 선정됐다. 한국계 미국 시인 모니카 연의 시집도 올해 최고의 시집 5권 명단에 포함되었다. 김 시인은 하버드대 도서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T. S. 엘리엇 메모리얼 리더’로 선정돼 낭송회를 열었다.   LA한국문화원은 미국 대학에서 한국문학 강연회나 시낭송회를 개최하는 등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타인종 독자들에게도 K-문학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미주 최초의 시 동인지 ‘지평선’ 발간 50주년을 기념하는 문학 행사가 미주한국문인협회 주관으로 열렸다. 미주 한인문단의 역사가 50년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디아스포라 문학’이라는 낱말이 정착되어감에 따라, 미주 작가들이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민사회 현실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작품을 써야 한다는 각성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도 오문강 시집, 박경숙 장편소설, 고광이 시집, 김영애 수필집, 주현상 시집, 김영중 에세이집, 이해우 시집, 엄영아 수필집, 신재동 소설집, 장소현 소설집 등 많은 미주 문인들의 작품집이 발간되었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이민 1세대 작가 전낙청(1876~1953) 작품 선집이 미주 한인이민 120주년 기념으로 발간된 일이다. 이 역사적 작업에 힘쓴 USC 동아시아 도서관과 LA한국문화원에 감사드린다.   〈연극계〉   연극의 3요소는 배우, 희곡, 관객이다. 연극은 관객이 없으면 공연 자체가 불가능하다. 팬데믹 사태는 그렇지 않아도 침체하였던 남가주 한인연극에 큰 타격을 주었다. 공연 자체가 불가능한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마음껏 공연할 수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다.   그나마 극단 시선, 극단 어울림, 선교극단 이즈카엘 등 젊은이들의 열정 덕에 명맥을 이어갈 수 있으니 다행이다. 고마움의 박수를 보낸다.   좋은 연극을 마음껏 공연할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기도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문화계 미주 미주한인 문화예술계 미주한인 예술가들 미주한국문인협회 주관

2023-12-14

[문화산책] 2022년 미주 한인문학계의 활동

2022년 올 한해도 우리 미주한인 문화계는 활발하게 움직였다. 팬데믹으로 긴 시간 잔뜩 움츠려 지내다가, 그 위세가 꺾이면서 사방에서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봇물 터지듯 전에 없던 활기를 되찾았다. 특히 하반기에는 그동안 열지 못했던 출판기념회, 미술전시회, 음악회, 무대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활발하게 개최되었다.   최근 세계무대로 힘차게 뻗어가는 K-문화의 열기가 이러한 활기에 큰 자극을 주었다. 문화의 변방으로 푸대접받던 처지에서 벗어나, 한국문화 세계화의 첨단기지이며 선봉장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지면이 한정되어 있어서 자세하게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행사 몇 가지를 기록해둔다.   ▶사이구 30주년의 의미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예술 활동은 아무래도 4·29 LA 폭동 30주년의 의미를 오늘에 되새기는 행사들이었다. 잘 아는 대로, 사이구는 미주 한인 이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이고, 거기서 얻는 교훈은 다인종·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중한 지침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를 살리기 위해, 문학계는 무게 있는 작품집을 발간했고, 미술계에서는 한인과 흑인 작가들의 합동 전시회를 개최하여, 그 의미를 되새겼다.   공모전 수상작, LA 폭동 30주년 작가 작품, 미국 작가 초대작, LA 폭동 1주년 작품 등 사이구를 주제로 한 다양한 문학작품을 수록한 '흉터 위에 핀 꽃'은 미주한국문인협회 주관, LA 한국문화원 후원으로 발간되었다. 사이구를 체험한 이들의 생생한 기록, 오늘날의 의미, 2세들과 다른 인종의 시각 등을 폭넓게 담은 이 책은 후세에 남을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미주문협 창립 40주년   미주 문단을 대표하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주한국문인협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아울러 회원작품집인 계간 '미주문학'이 지령 100호를 맞아 경사가 겹쳤다. 이를 기념하여 미주문협은 큰 문학축제를 열었다.   문학 전 장르를 망라하는 450여명의 등단작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국 규모의 문인단체가 40년의 전통을 꾸준히 이어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미주 한인문학의 지평이 넓고 탄탄해졌다는 뜻이다.   ▶문학 한류의 선두주자들   1.5세, 2세 작가들이 영어로 쓴 작품들이 주류사회에서 호평을 받은 것도 K-문학의 앞날을 밝혀주는 청신호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는 한국의 만해문예대상을 수상했고, 최돈미 시인은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을 받았고, 미국 내 아시아계 인종차별을 심도 있게 파헤친 에세이집 '마이너 필링스'의 저자 캐시 홍 박은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다. 그 밖에도 사이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의 저자 스테프 차, 가주 계관시인으로 선정된 헤릭 이 시인 등 많은 작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작가들이야말로 문학 한류를 이끌어갈 선두주자들인데. 동시에 영어로 쓴 작품도 한국문학인가? 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문학과 디아스포라문학의 정의 등은 한국문학계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과제이며, 작가들의 고령화에 직면한 미주 한인문단이 지혜를 모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고원 시인의 시비(詩碑)가 고향인 충북 영동군에 건립된 일에도 주목하고 싶다. 미국의 고원 기념사업회와 한국의 충북 영동군이 협력하여 건립한 이 시비는 한국 문단이 미주의 한인 작가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하는 청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한인문학계 미주 미주 한인문학 미주한국문인협회 주관 우리 미주한인

2022-12-09

[이 아침에] 코로나 속 봄 소풍

아득히 먼 옛날에 경험했던 설렘. 소풍 전날 밤에 잠 못 들고 뒤척이던 기억이 선명하다. 늦잠 자다 버스 놓치면 어쩌지? 알람 맞추고 몇 번 확인하고, 가까이 두면 얼른 손 뻗어 알람 끄고 다시 잠들까 두려워 멀찌감치 놓았다.   아직 팬데믹의 꼬리가 굵게 위협하고 있지만 패기 넘치는 두 협회 회장님들의 의기투합으로 재미시인협회와 미주한국문인협회 주관으로 봄 소풍이 결정되고 공고되었을 때. 갸웃뚱 반신반의 반응이 없지 않았으리라. 갈 수 있을까? 가도 될까? 참가 희망자가 없어 취소되지는 않을까? 아직 오미크론에다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도 빼곡 얼굴을 내밀었으니 불안하다.   ‘자슈아트리’라고 공고가 났을 땐, 10여년 전 암벽등반을 배우며 자주 갔던 곳이라 반가웠다. 그늘 하나 없고 땡볕에다 넓은 터가 없어 단체가 관광할만한 곳이 아닌 것에 의아했지만 개인적으론 한참 헤어져 있던 친구라도 다시 만나는 듯한 기쁨에 들떠 있었다.   사실 관광이라고 할 수도 없다. 뭐 볼 게 있다고. 바위 타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글쓰는 사람들이 모여 차분히 낯선 문우들과 교감할 만한 장소가 없다. 대형버스를 대절했으니 마땅히 주차할 공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섣부른 나의 기우였다. 나름 신선한 느낌으로 즐기는 모습들이 여기저기 몽글몽글 피어나고 있다.    두 단체가 콜라보로 이루는 봄 소풍이다. 이름도 얼굴도 처음 대하는 회원들이 다수 있음에도 주최 측의 노력으로 매끄럽게 섞여진다. 열 한 시간을 공유하는 버스 여행이다. 특별한 진행 없이는 자칫 무료하게 잠이나 자면서 재미없다고 투덜대기 십상이다. 몇 사람이 분담해서 고생스러운 봉사를 해준 덕에 모든 참가 회원들이 재밌었다고 입을 모은다.   자유롭게 뭉쳐서 어디든 갈 수 있던 때의 소풍은 이런 짜릿한 흥분을 만날 수 없었다. 집콕해라. 마스크 착용해라. 거리두기 지켜라. 가까운 친구도 만날 수 없었다. 가족 병문안도 금지다.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     색깔이 닮은 사람들끼리 가슴을 열었다. 작정하고 소란을 피우자 했다. 많이 시끄럽긴 했다. 아무튼 큰소리로 무식하게 여러 번 웃었다.     잘 섞이지 못하고, 낯가림이 심한 글쟁이들이지만 무대에서 망가지는 극소수의 희생자들로 넉넉하게 따뜻했고 넘치게 즐거웠다. 센스쟁이들이 많으면 그만큼 더 풍요로운 시간을 꾸밀 수 있다.     주머니 털어 값 나가는 상품 가득 준비한 회원들도 있다. 간식거리 대령시킨, 사이즈가 작은 간을 가진 누군가도 있다. 대부분은 공짜에 눈이 멀었던 우리들이다. 그래도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버스 천장을 날린다.   예약하고 참가하지 않은 회원들 땅을 치고 후회할 거다. 지난 세월 경험했던 평안하던 시절의 그런 소풍이 아니었음을 어찌 글로 설명할거나. 행복해서 죽을 거 같다. 아니지. 천배 만배나 살 것 같다. 가슴도 뻥뻥 뚫렸고, 넘넘 좋아서 헤프게 웃음을 흘리고 있다. 오래 그럴 거다. 노기제 / 통관사이 아침에 코로나 소풍 소풍 전날 참가 회원들 미주한국문인협회 주관

2022-05-02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